2026-08-02

쿡이 자리를 넘기기 전 마지막 분기, 애플은 자기 수요 예측에 발목이 잡혔다

7월 30일, 팀 쿡이 재임 기간 중 마지막 실적 콘퍼런스콜을 주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경고했다. 9월 분기에 iPhone, iPad, Mac 모두 공급 제약을 받고, 그 제약이 매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애플 공급망이 지금 조정할 수 있는 여지는 평소보다 좁고, 자체 설계 칩을 생산하는 선단 공정 생산능력에도 구멍이 있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메모리 칩 가격을 “100년에 한 번 오는 홍수”라고 불렀고, 애플도 원래는 가격을 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메모리 원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올린다고 인정했다.

실적 발표 뒤 애플 주가는 78% 빠졌다. 이번 분기 iPhone 매출은 전년 대비 22% 늘었는데, 다음 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910%로 애널리스트들이 앞서 예상한 12%에 못 미친다.

이 두 숫자를 나란히 놓아야 요점이 보인다. 22%는 팔린 것이고, 9~10%는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 사이의 간격은 수요가 사라져서 생긴 게 아니라 물건을 못 내주기 때문이다. 쿡 본인이 콘퍼런스콜에서 인과를 아주 직설적으로 말했다. 다음 분기 가이던스를 낮춘 이유가 바로 공급 제약이 매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너무 잘 팔려서 가이던스를 내리는 회사는 흔치 않다.

9월 1일, 존 터너스가 CEO 자리를 넘겨받고 쿡은 집행의장으로 물러난다.

1. 그는 자기가 가장 잘하는 일에서 넘어졌다

쿡은 1998년 애플에 들어왔고, 직책은 글로벌 운영을 맡는 수석부사장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그를 데려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당시 애플은 재고회전이 지독하게 느렸고, 창고에는 몇 달 치 물건이 쌓여 있었다.

쿡은 부임한 뒤 자체 공장 대부분을 닫고 생산을 외주로 돌렸으며, 재고회전을 몇 달에서 며칠로 줄였다. 이 방식은 나중에 소비자 전자 업계 전체의 표준 동작이 됐고, 동시에 그가 후계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의 전부이기도 하다. 그는 제품 천재가 아니라, 제품을 실제로 만들어내고 그것도 누구보다 싸게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다.

애플을 이끈 15년 동안 그는 iPhone 4S부터 모든 세대의 iPhone을 거쳤고, Apple Watch, AirPods, Apple Pay, Vision Pro, 그리고 Mac의 인텔에서 자체 설계 칩으로의 전환까지 손을 댔다.

그리고 지금, 자리를 넘기기 전 마지막 분기에 애플의 문제는 부품이 모자란 것이다.

이 일의 아이러니는 굳이 풀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정말 볼 만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니라 근본 원인이 어느 고리에 있느냐다.

2. 근본 원인은 공급망이 아니라 수요 예측에 있다

쿡은 콘퍼런스콜에서 분명하게 말했다. 이번은 평범한 공급 문제가 아니라 수요 예측에서 생긴 문제라는 것이다.

발언의 취지는 이렇다. iPhone과 Mac의 이번 제품 사이클이 예상보다 강했고, 수요가 애플 자신의 추정치를 벗어났다. 공급업체가 펑크를 낸 게 아니라 애플이 이렇게까지 잘 팔릴 줄 몰랐던 것이다.

이건 운영의 실수가 아니라 제품 판단의 실수다.

반도체 생산능력은 미리 잠근다. 내년에 물건을 받으려면 올해 안에 주문을 넣고 장기 협약을 맺어야 한다. 얼마를 주문하느냐는 내년 판매량에 대한 예측에 달려 있다. 예측은 어느 회사에서도 구매의 일이 아니라 제품과 사업의 일이다.

예측이 낮으면 캐파를 충분히 잠그지 못한다. 실제로 수요가 올라올 때쯤이면 시장에는 살 수 있는 물량이 남아 있지 않다. 이 점은 업스트림을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생산능력은 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살 자리가 없어서 못 잡는다. 이 시점에 돈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자리는 1년 전에 이미 남들이 다 차지했기 때문이다.

더 빡빡한 고리는 선단 공정이다

쿡은 콘퍼런스콜에서 한 줄을 따로 짚었다. 애플 자체 설계 칩을 생산하는 선단 공정 생산능력에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이쪽이 메모리보다 풀기 어렵다. 메모리는 그래도 공급사가 여럿이고 중국 본토의 생산능력도 올라오는 중이라, 이론상 “한 곳 더 찾는다”는 선택지가 있다. 최선단 노드의 웨이퍼 생산능력에는 그 선택지가 없다. 전 세계에서 만들 수 있는 라인은 몇 개뿐이고, 줄을 선 것도 애플만이 아니라 AI 연산력을 놓고 다투는 모든 회사다.

이 줄에서 애플의 자리는 늘 앞쪽이었다. 애플은 TSMC 최선단 노드의 오랜 초도 고객이다. 하지만 “앞자리”는 주문량 순으로 정해지고, 주문량은 다시 같은 문제로 돌아온다. 1년 전에 얼마를 불렀느냐다.

그래서 이번 두 개의 병목은 실은 같은 병목의 두 출구다. 메모리도 선단 공정도 “아주 미리 잠가야 하고, 얼마를 잠글지는 예측에 달린” 것이다. 예측이 낮으면 양쪽이 동시에 막힌다.

3. 같은 메모리 가격 사슬, 네 회사 네 가지 결말

요 며칠 나는 같은 사건의 서로 다른 단면을 계속 써 왔는데, 오늘로 고리가 닫혔다.

DRAM과 NAND 가격은 전년 대비 63~75% 올랐다. 같은 사슬 위에서 네 회사가 완전히 다른 네 가지 결과를 받아 들었다.

회사메모리 가격 인상에 무엇을 했나결과
마이크로소프트4월에 2026년 자본적 지출 가이던스를 약 1900억으로 올렸고(메모리 가격 탓이라고 명시), 이후 서버 클러스터 가동률과 배포 프로세스로 약 1750억까지 도로 눌렀다7월 30일 하루 시가총액이 약 4500억 달러 늘며 미국 증시 기록을 세웠다
Meta두 분기 연속 자본적 지출 상향, 연간 가이던스 1300~1450억잉여현금흐름이 7.84억으로 주저앉고 주가는 9% 하락
Situational Awareness4배 레버리지로 메모리와 연산력 롱7월 30일 강제청산, 월간 −67%
애플생산능력을 충분히 잠그지 못해 가격 인상주가 7~8% 하락, 다음 분기 가이던스가 예상 하회

같은 외부 변수, 네 가지 다른 대처, 네 가지 다른 결말. 변수는 공통이고, 결말은 각자의 판단이 바꿔 온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쪽이 가장 볼 만하다. 4월에 메모리 가격에 밀려 1900억까지 올렸다가 석 달 뒤 그만큼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이유는 CPU와 GPU 클러스터의 효율이 올라가 기존 인프라가 더 많은 일을 해낸다는 것이었다. 가격 인상과 정면으로 맞선 게 아니라 자기 쪽 사용량을 고친 것이다.

애플의 처지는 다르다. iPhone의 메모리 사용량은 “스케줄링 최적화”로 눌러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 하드웨어 자재명세서(BOM)에 못 박힌 항목이다. 애플이 움직일 수 있는 건 두 가지뿐이다. 미리 생산능력을 잠그거나, 가격을 올리거나. 첫 번째를 충분히 하지 못했으니 두 번째만 남았다.

4. 생산능력을 잠그는 일은 구매 업무가 아니라 제품 의사결정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몇 년 앞서 업스트림 캐파를 잠그는 일”을 공급망 부서의 업무로 여긴다.

아니다. 그것은 베팅이고, 거는 것은 앞으로 2년 판매량에 대한 판단이며, 한번 걸면 물리기 어렵다. 맺는 것이 장기 협약이라 물량이 모자라면 배상해야 하고, 많으면 쌓인다.

이 베팅은 제품과 사업만 결단할 수 있다. 내년에 무엇을 얼마나 팔지 아는 쪽이 그들뿐이기 때문이다.

이 일이 어려운 이유는 시간이 어긋나 있다는 데 있다. 제품이 아직 나오지도 않고 시장이 검증되지도 않은 시점에, 2년 뒤 쓸 자재를 먼저 사야 한다. 판단이 맞아도 아무도 칭찬하지 않고(물건은 그냥 있는 것이니까), 틀리면 양쪽 다 아프다. 적으면 품절이고, 많으면 재고가 눌린다.

게다가 이 두 종류의 오류는 대가가 전혀 대칭이 아니다. 이것이 진짜 어려운 이유다.

캐파를 많이 잠갔을 때의 손실은 확정적이고 계산이 된다. 더 낸 돈, 묶인 현금, 손상차손으로 털어야 할 재고. 보기 흉한 숫자지만 읽을 수 있는 표 위에 나타난다.

캐파를 적게 잠갔을 때의 손실은 보이지 않는다. 물건을 못 산 사람들은 그때 사고 싶었지만 석 달을 기다려 주지 않고 떠난다. 이 손실은 어떤 재무제표에도 들어가지 않고, 얼마나 큰지조차 알 수 없다. 팔린 것만 보이고, 팔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한쪽은 보이고 한쪽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절대다수의 조직은 이 의사결정에서 구조적으로 보수 쪽으로 기운다. 많이 산 돈은 추궁당하고, 적게 사서 놓친 매출은 아무도 추궁하지 않는다. 애플이 이번에 넘어진 방향이 바로 이쪽이다. 애플의 예측은 무작위로 빗나간 게 아니라 안전한 쪽으로 치우쳤다.

나도 작은 도구를 만들 때 똑같은 편향이 있다. 출시 전에 나는 늘 서버와 사용량 한도를 “대충 몇 명이나 쓸까”에 맞춰 잡는데, 그 “대충”은 언제나 적게 잡는 쪽이다. 많이 잡으면 그 돈이 월말에 내 주머니에서 나가지만, 적게 잡아서 누군가 페이지를 못 열고 떠난 일은 나는 아예 알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번에 적게 잡았다.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적었던 것도 아니다. 이미 신형 iPhone 약 8000만 대분의 부품을 잠갔고, iPhone 18 Pro와 Pro Max, 그리고 첫 폴더블 iPhone을 커버한다. 폴더블의 생산 목표는 1000만 대로 상향되기까지 했다. 문제는 수요가 그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덧붙여, 놓치기 쉬운 움직임이 하나 있다. CNBC의 7월 2일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본토산 메모리 칩 채택을 검토 중이고, CXMT(창신메모리)와 YMTC(양쯔메모리)가 모두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떠밀려서 하는 공급 다변화다. 유일한 해법이 “공급해 줄 곳을 하나 더 찾는 것”일 때, 협상력은 이미 없다.

5. “올리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는 원가 구조의 자백이다

쿡은 애플이 가격을 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메모리 원가의 기하급수적 상승 탓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iPhone 18 Pro 가격이 200달러 오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정직한 말이지만, 동시에 한 가지를 드러낸다.

한 제품의 자재명세서에서 어떤 항목이 세 조건을 동시에 만족한다면, 즉 원가 비중이 높고, 가격 변동이 심하고, 장기 협약으로 잠가 두지 않았다면, 그것은 시한폭탄이다. 터지느냐 마느냐는 외부 시황에만 달려 있고, 실행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메모리는 휴대폰 BOM에서 세 개를 정확히 다 채운다.

내가 만드는 것은 더 작을 수 없을 만큼 작지만, 이 구조는 작은 프로젝트에서도 똑같다. 내 도구에 외부 모델 API를 붙이면 가장 비싼 항목은 추론 비용이고, 그 단가는 내가 전혀 통제하지 못한다. 제품 가격을 그때의 API 가격에 딱 맞춰 계산해 두면, 공급사가 단가를 한 번 조정하는 순간 내 마진은 0이 된다. 나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할 수 있는 일은 가격을 예측하는 게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 한 줄 물어보는 것이다. 이 항목이 두 배로 오르면 내 제품은 그래도 성립하는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지금 사용량을 줄이거나, 지금 가격에 여유를 남기거나, 지금 장기 가격을 잠가야 한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제품을 정의하는 시점에 해야 하고, 가격이 오르는 날 하려 들면 이미 늦었다.

애플이 이번에 고른 것은 세 번째 길의 실패한 버전이다. 잠갔지만 충분히 잠그지 못했다.

6. 그는 부품을 못 구하는 애플을 넘겨준다

터너스는 50세로 2001년 애플에 합류했고 2021년부터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맡아 왔다. 쿡은 65세이고 2011년 잡스에게서 이 회사를 넘겨받았다.

애플이 15년 만에 처음 CEO를 바꾸는데, 인수인계 시점에 아주 구체적인 문제가 하나 놓여 있다. 9월에 내놓을 iPhone 18 Pro, Pro Max, 그리고 첫 폴더블 iPhone이 품절될 수도 있고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원인은 공장이 아니라 1년 전에 낮게 잡았던 그 판매 예측에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후임이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출신이라는 점이다. 쿡이 자리를 넘겨받을 때 애플에 필요했던 것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었다. 지금 애플에 필요한 것은 아마 다른 종류다. 자재 원가가 1년에 70%씩 오를 수 있는 환경에서, 기기 한 대에 메모리를 얼마나 넣을지, 얼마에 팔지, 2년 앞서 생산능력을 얼마나 걸어 둘지를 다시 결정하는 일이다.

터너스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나는 모른다.

다만 이번 실적이 그를 대신해 선을 하나 그어 놓았다. 지난 십수 년간 애플의 공급망 역량은 해자였다. 남들이 못 해내는 원가와 납기를 애플은 해냈다. 그런데 업스트림이 판매자 우위 시장이 되고, 생산능력을 2년 앞서 다퉈야 하고, 가장 빡빡한 몇몇 자재를 몇 곳만 공급할 수 있게 되면, “남보다 잘 실행한다”는 더 이상 결정적이지 않다. “2년 전에 얼마를 걸었느냐”가 결정적이다.

이것은 운영의 문제에서 다시 제품의 문제로 돌아가는 전환점이다. 쿡이 넘겨주는 이 장부에는 문제가 아주 분명하게 적혀 있다. 너무 잘 팔린 것도 한 가지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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